티스토리 뷰

 

학부모 소통
학부모와 소통

 

저도 처음엔 경기 끝나고 아이한테 "왜 그 상황에서 패스 안 했어?"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지도자 입장에서도 그랬는데, 부모님이라면 그 감정이 훨씬 더 크게 올라올 수밖에 없겠다 싶었습니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느낀 건,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부모의 태도가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부모만 탓하기엔 설명이 부족했던 지도자의 책임도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려웠습니다.



사이드라인에서 제가 목격한 것들

경기 중 사이드라인에서 고함이 터져 나오는 장면은 솔직히 낯설지 않습니다. "패스해!", "왜 거기 서 있어!" 같은 말들이 그라운드를 향해 날아가는 순간, 저는 아이의 얼굴을 먼저 봤습니다. 뛰다가 멈추고, 부모가 있는 쪽을 잠깐 쳐다보는 그 눈빛이 기억에 남습니다.

해외 유소년 스포츠 행동강령에는 "경기 중 사이드라인에서 지시나 조언을 외치지 않는다"는 항목이 명문화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이게 이미 오래된 문제라는 뜻입니다. 한 대규모 설문에서 스포츠를 그만둔 청소년의 약 30%가 "부정적인 성인의 고함과 비판"을 이유로 꼽았다는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Aspen Institute Project Play).

부모가 코치처럼 지시를 외치면 아이는 어떤 신호를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에 빠집니다. 그라운드 위에서 판단해야 하는 순간에 사이드라인을 먼저 확인하는 아이는, 이미 자율적 판단 능력을 키울 기회를 잃고 있는 것입니다. 자율적 판단 능력이란, 상황을 스스로 읽고 결정을 내리는 힘으로, 축구에서는 인지 능력(Cognitive Ability)이라고도 불립니다. 쉽게 말해 "머리로 먼저 보는 눈"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부모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전에, 지도자로서 부모에게 그라운드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충분히 설명했는지 먼저 돌아보게 됩니다. 설명 없이 "지켜만 봐달라"는 말은 부모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 경기 중 사이드라인 고함은 아이의 인지 능력 발달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 해외 행동강령에서도 경기 중 지시 및 비판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 지도자의 사전 설명이 부족할수록 부모의 개입 욕구는 커질 수 있습니다
요약: 사이드라인에서의 고함은 아이의 자율적 판단을 막고, 이를 줄이려면 부모와 지도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과정 중심 피드백이 내적 동기를 만든다

경기 후 차에 오르는 그 10분을 해외에서는 "car ride home"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car ride home이란 경기가 끝나고 아이가 부모와 함께 귀가하는 짧은 시간을 뜻하는데, 스포츠심리학 연구에서는 이 시간이 아이가 그 종목을 계속할지 그만둘지를 결정짓는 데 영향을 준다고 설명합니다. 이 개념이 처음엔 좀 과장처럼 들렸는데, 실제로 경기 후 아이를 만나는 부모 반응을 여러 번 옆에서 보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저도 지도자로서 아이 부모님과 대화를 나눌 때, 경기 결과 이야기가 먼저 나오면 그 다음 말이 대부분 "왜 그랬냐"는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반면 "오늘 어떤 상황이 아이한테 새로웠을 것 같아요"라고 먼저 물었을 때는 대화의 결이 달랐습니다.

스포츠심리학에서는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라는 개념을 씁니다. 내적 동기란 외부 보상이 아닌 활동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는 힘을 말하는데, 이게 강한 아이일수록 슬럼프가 와도 운동을 계속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국내 연구에서도 부모가 성장과 과정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줄 때 아이의 내적 동기와 유능감이 함께 높아진다는 결과가 확인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KISS).

그런데 저는 이 부분도 부모에게만 요구하는 게 맞는지 늘 고민이 됩니다. 부모가 과정을 보려면, 지도자가 "아이가 지금 어떤 과정에 있는지"를 먼저 알려줘야 합니다. 그 설명 없이 "결과보다 과정을 봐달라"는 말은 공허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부모도 아이의 성장 과정을 알고 싶어서 묻는 것이지, 무조건 다그치려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았습니다.

요약: 경기 후 과정 중심 대화가 아이의 내적 동기를 키우며, 이를 위해 지도자의 사전 정보 공유가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부모와 지도자, 누구의 책임인가

유소년 스포츠에서 조기 이탈(Dropout)이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조기 이탈이란 중학교 진학 전에 스포츠를 그만두는 현상으로, 해외 연구에서는 조직 스포츠에 참여했던 유소년 중 약 70%가 이 시기에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히는 건 부상도 재능 부족도 아니라 "더 이상 재미가 없어서"입니다.

여기서 저는 이 원인을 부모의 태도 하나로 설명하는 시각이 조금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닙니다. 결과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거나, 다른 아이와 비교하거나, 경기 중 심판에게 항의하는 행동이 아이에게 부담을 준다는 점은 제가 직접 현장에서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왜 그렇게 행동하게 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출전 시간이 갑자기 줄거나 포지션이 바뀌었을 때, 부모는 당연히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런데 지도자로부터 아무 설명이 없으면, 부모는 결국 경기 결과와 타 선수 비교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포츠 번아웃(Burnout)이라는 개념도 이 맥락에서 등장합니다. 번아웃이란 과도한 스트레스와 압박으로 인해 동기와 열정이 고갈되는 상태를 말하는데, 유소년 선수에게서 이 증상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부모의 압박만큼이나 지도자의 소통 부재도 함께 작용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지도자가 훈련 방향과 아이의 현재 상태를 부모에게 주기적으로 설명했을 때, 경기 후 불필요한 충돌이 확연히 줄었습니다. 부모가 납득이 되면 기다릴 수 있습니다. 납득이 안 된 채로 기다리는 것은 부탁이 아니라 요구입니다. 결국 아이의 성장과 축구를 계속 즐길 수 있는 환경은 부모와 지도자가 각자 역할을 인정하고 서로 설명하고 들을 때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요약: 유소년 조기 이탈을 막으려면 부모의 태도 변화와 함께 지도자의 적극적 소통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경기 후에 아이한테 피드백을 아예 안 하는 게 맞나요?

A. 피드백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타이밍과 내용이 중요합니다. 뇌과학적으로 실수 직후에는 감정이 앞서 있어 배움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경기 직후보다는 흥분이 가라앉은 다음 날 혹은 다음 연습 때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물론 아이마다 다르기 때문에 아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낼 때 맞춰주는 방식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Q. 출전 시간이 줄었을 때 코치한테 물어봐도 되나요?

A. 충분히 물어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경기 직후나 훈련 중보다는 별도 시간에 차분하게 묻는 것이 서로에게 좋습니다. 저는 지도자 입장에서 부모가 묻기 전에 먼저 설명하는 것이 맞다고 보는데, 그게 안 됐다면 부모가 요청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비교나 항의가 아닌 "아이의 현재 상황이 어떻고 어떤 방향으로 훈련 중인지"를 묻는 방식이라면 지도자도 기꺼이 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아이가 다른 친구보다 발전이 느린 것 같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장기적 선수 육성 관점에서는 같은 해에 태어난 아이도 신체·정서 발달 속도가 몇 년씩 차이 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를 상대적 연령 효과(Relative Age Effect)라고 하는데, 생활연령이 아닌 그 아이 개인의 발달 단계로 바라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기보다 어제의 내 아이와 오늘의 내 아이를 비교하는 방식이, 아이의 자신감을 유지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Q. 아이가 축구를 그만하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먼저 이유를 들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미가 없어서"라는 말이 나온다면, 그게 일시적인 슬럼프인지 아니면 오랫동안 쌓인 부담인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조기 이탈 연구에서 가장 흔한 이유가 "재미 상실"이라는 점을 보면, 이 말을 가볍게 넘기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억지로 계속하게 하기보다는, 지금 어떤 부분이 힘든지 아이와 충분히 대화한 뒤 지도자와도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을 권합니다.

 

결론

현장에서 오래 아이들을 보다 보니, 가장 오래 축구를 즐긴 아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잘하든 못하든 집에 돌아갈 때 표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부모님은 대체로 경기 후에 조용했습니다. 칭찬도 많지 않고, 지적도 많지 않았습니다.

부모의 태도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큽니다. 동시에 지도자가 부모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지 않으면, 부모가 결과에만 집중하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저는 이 두 가지를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는 경기 결과보다 아이가 오늘 무엇을 시도했는지를 먼저 살피고, 지도자는 그 시도의 맥락을 부모에게 먼저 설명하는 것, 그 두 가지가 맞물릴 때 아이는 축구를 부담이 아닌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farma1/2244068946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