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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유소년축구 비교
한.일 유소년축구 비교

 

 

일본 유소년 등록 선수가 63만 명을 넘는다는 수치,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좀 멍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을 직접 지도하다 보니 숫자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생겼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 충분히 경기하고 있는가? 그 답이 생각보다 복잡했습니다.



선수풀, 숫자보다 구조를 봐야 합니다

"한국 고교 축구선수는 8천 명인데 일본은 50만 명"이라는 말,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으실 겁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냥 넘겼는데, 직접 수치를 찾아보니 이 비교가 좀 부정확합니다.

일본축구협회(JFA)의 2025년 공식 등록 통계를 보면, 제2종(U-18 중심) 148,967명, 제3종(U-15 중심) 216,612명, 제4종(U-12 중심) 270,188명으로 세 연령대를 합친 총합이 약 63만 5,767명입니다. 여기서 제2종이란 고등학교 연령대에 해당하는 선수 등록 카테고리를 의미합니다(출처: 일본축구협회 JFA). 즉 "고교선수만 50만 명"이라는 표현은 사실과 다릅니다.

그렇다면 선수풀이 크다는 게 곧 실력으로 이어질까요? 제가 보기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지도 수준, 경기 환경, 스카우팅 시스템이 함께 작동해야 하니까요. 다만 선수풀이 넓으면 한 가지 분명한 이점이 있습니다. 늦게 성장하는 선수, 즉 레이트 블루머(late bloomer)를 기다려줄 여유가 생긴다는 겁니다. 레이트 블루머란 어린 나이에는 눈에 띄지 않다가 성장기 이후에 재능이 발화하는 선수를 말합니다. 풀이 넓어야 이런 선수가 조기에 걸러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 JFA 2025 등록 기준, U12~U18 합산 약 63만 5,767명
  • 제2종(U-18) 148,967명 — 고교 연령대 단독 수치
  • 선수풀의 크기는 실력을 보장하지 않지만 다양한 재능을 발견할 가능성을 넓힌다
  • 레이트 블루머가 살아남으려면 풀이 넓고 선발 시기가 늦어야 한다
요약: 일본의 수치는 U12~U18 전체 합산이며, 선수풀의 크기는 다양한 재능과 늦게 성장하는 선수를 품을 수 있는 구조적 여지를 만들어준다.

 

경기 경험이 훈련보다 더 많이 가르칩니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이런 장면을 자주 봅니다. 훈련 때는 분명히 잘 하던 아이가 막상 경기에 나오면 압박을 받는 순간 판단이 굳어버립니다. 반대로 처음엔 평범했던 아이가 경기를 꾸준히 뛰면서 어느 순간 경기 이해도가 확 올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직접 옆에서 봐온 일들입니다.

훈련은 패턴을 익히는 공간이고, 경기는 그 패턴을 실전에서 검증하는 공간입니다. 훈련에서 배운 것을 압박 상황에서 판단하고, 실수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쌓여야 비로소 경기 지능(game intelligence)이 높아집니다. 경기 지능이란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빠르게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능력을 말하는데, 이건 훈련장에서만으로는 절대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는 리그가 부족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025년 초·중·고 권역리그를 3월 개막해 10월까지 운영했고, 고등부 U17·중등부 U14·초등부 U11 대회도 함께 진행했습니다(출처: 대한축구협회 KFA). 제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질문은 "리그가 있느냐"가 아닙니다. "주전 11명 이외의 선수에게도 경기시간이 돌아가느냐"입니다.

25명 로스터 중 경기를 꾸준히 뛰는 선수와 벤치를 지키는 선수 사이의 성장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집니다. 경기가 가장 필요한 선수가 오히려 경기를 가장 적게 뛰는 역설이 생기는 겁니다. 이걸 해소하려면 발전리그(development league) 개념이 필요합니다. 발전리그란 주전 경쟁에서 밀린 선수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는 실전을 지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별도로 운영되는 보조 리그 구조를 말합니다. 일본의 J리그 유스 시스템이 이 구조를 상당히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고, 고교 축구부와 클럽 유스가 같은 경쟁 구조 안에서 승강격을 주고받는 방식도 더 많은 선수에게 적절한 수준의 경기를 배분하는 데 기여합니다.

요약: 경기 지능은 훈련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주전 외 선수에게도 수준에 맞는 실전이 보장되는 발전리그 구조가 선수층 전체의 성장을 이끈다.

 

훈련 환경, 운동장 확보가 전략보다 먼저입니다

클럽을 운영해보면 아이러니한 순간이 옵니다. 훈련 계획을 고민하기 전에 "이번 주 운동장은 확보됐나?"를 먼저 걱정하게 될 때입니다. 제 경험상 이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자주 발생합니다.

"학교 운동장이 다 막혀 있다"고 단정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이건 좀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부산광역시교육청 자료 기준 2025년 4월 학교 운동장 개방률은 87.1%였습니다. 수치만 보면 꽤 높습니다. 그런데 핵심은 개방 여부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실제로 쓸 수 있는 시간, 즉 평일 방과 후 오후 4시~7시에 정기적으로 사용 가능한가입니다.

바로 그 시간대가 문제입니다. 성인 생활체육 동호인들도 가장 선호하는 시간이거든요. 공공체육시설 부족과 특정 시간대 수요 집중이 겹치면서 클럽들은 결국 민간 풋살장이나 실내 인조잔디 구장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시설 임대료는 팀 운영비와 학부모 부담으로 직결됩니다. 경제적 이유로 아이가 축구를 그만두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다행히 정책 방향은 변하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2026년 7월 발표한 제2차 교육시설기본계획(2027~2031)에는 운동장·체육관 등 학교 공간의 지역사회 개방 확대가 포함됐습니다. 학교를 수업시간용 공간이 아닌 지역 성장 인프라로 활용하겠다는 방향입니다. 이런 변화가 실제 현장에서 체감되려면 시간대별 공익 배분, 예를 들어 평일 방과 후 시간대는 유소년 스포츠 우선 이용 같은 세부 운영 기준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봅니다.

요약: 훈련 공간 확보는 지도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 인프라 배분의 문제이며, 방과 후 시간대의 유소년 우선 이용 기준이 실질적인 변화의 출발점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일본 유소년 선수가 진짜 50만 명이 넘나요?

A. "고교선수만 50만 명"이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JFA 2025년 공식 통계 기준으로 U12·U15·U18에 해당하는 제4·3·2종 등록자를 합산하면 약 63만 5,767명입니다. 고교 연령대인 제2종 단독으로는 약 14만 9천 명 수준입니다. 숫자 자체보다 이 선수들이 연결되는 경쟁 구조가 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Q. 한국에는 유소년 리그가 없는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KFA는 초·중·고 권역리그와 전국대회, 왕중왕전을 운영하고 있고 U11·U14·U17 저학년 대회도 별도로 진행됩니다. 제가 더 중요하게 보는 건 리그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주전 외 선수에게도 충분한 출전 기회가 실제로 돌아가고 있느냐입니다.

 

Q. 경기를 많이 뛰면 무조건 실력이 늘까요?

A. 경기 횟수 자체보다 경기에서 무엇을 보고 판단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제가 직접 아이들을 지도해보니, 좋은 피드백 없이 경기만 반복하면 나쁜 습관이 굳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경기 경험과 코치의 구체적인 피드백이 함께 작동해야 경기 지능이 실질적으로 성장합니다.

 

Q. 한국이 일본 유소년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야 할까요?

A. 그대로 복사하는 건 맞지 않습니다. 학교 구조, 입시 환경, 프로리그 구조가 다르니까요. 다만 배울 수 있는 원리는 있습니다. 더 많은 아이가 오래 축구를 시작하게 하고, 소수의 엘리트보다 넓은 선수층에 경기 기회를 배분하며, 레이트 블루머를 조기에 걸러내지 않는 구조입니다. 이 원리는 어느 나라에나 적용 가능합니다.

 

결론

현장에서 아이들을 보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좋은 유소년 시스템은 뛰어난 선수 10명을 빨리 골라내는 구조가 아니라, 1,000명이 시작해서 700명이 계속 뛰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재능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구조입니다. 선발보다 환경이 먼저입니다.

선수풀의 규모, 경기 경험의 밀도, 훈련 공간의 안정적 확보. 이 세 가지가 동시에 갖춰져야 한국 유소년 축구가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가까운 유소년 클럽이나 KFA 지역 리그 정보를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madetech.tistory.com/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