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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와 일본 축구 시스템 비교
한국축구와 일본 축구 시스템 비교

 

솔직히 저는 운동장 하나 구하는 게 이렇게까지 힘든 일인지 직접 부딪혀보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가장 먼저 막힌 벽이 기술도, 전술도 아닌 '훈련할 공간'이었습니다. 한국 고교 등록 선수가 8,000명에 채 못 미치는 동안 일본은 50만 명 규모의 저변을 쌓아올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단순히 숫자가 부럽다는 감정보다 그 차이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궁금했습니다.



저변 격차, 숫자보다 시스템을 봐야 합니다

2026년 8월 K-축구 혁신위원회 경청회에서 이영표 위원이 직접 언급한 수치가 있습니다. 한국의 고교 1~3학년 등록 선수는 8,000명 미만, 일본은 4,000여 개 고교에 4군 시스템을 갖춰 약 50만 명이 활동 중이라는 겁니다(출처: 일본 문부과학성). 단순 계산으로도 60배가 넘는 선수 풀(player pool) 차이입니다. 여기서 선수 풀이란 특정 종목에서 경쟁하고 성장할 수 있는 잠재적 선수 집단 전체를 의미합니다. 풀이 얕으면 상위 1%를 뽑아도 절대적인 숫자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제가 이 수치를 보면서 조심스러웠던 부분도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유소년 클럽 등록 기준 자체가 다릅니다. 일본은 동네 클럽 단위로 등록하는 방식이라 취미 수준의 참여자도 집계에 포함되는 반면, 한국은 엘리트 선수 위주로 등록 체계가 짜여 있습니다. 숫자 자체만 놓고 일본 축구가 앞서 있다고 단정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보다 그 숫자 안에 어떤 환경이 깔려 있는지를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통해 평일 오후 공공 체육시설을 유소년 클럽에 우선 배정하는 제도가 정착돼 있습니다. 여기서 우선 배정 조례란 행정 구역 내 공공 시설 사용 순서를 법적으로 미리 정해두는 규정을 말합니다. 반면 제가 현장에서 경험한 한국의 현실은 달랐습니다. 엘리트 유소년 선수들이 조기축구회와 동등하게 대관 앱 선착순 경쟁을 벌이고, 심한 경우 전반과 후반을 두 팀이 나눠서 운동장을 쪼개 쓰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그 현장을 지켜보면서 이건 지도자 역량 문제가 아니라 구조 문제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 한국 고교 등록 선수: 8,000명 미만 (엘리트 선수 위주 등록 체계)
  • 일본 고교 등록 선수: 약 50만 명 (4,000여 개 고교, 4군 시스템 포함)
  • 일본: 지자체 조례로 공공 시설 유소년 우선 배정 제도 운영
  • 한국: 유소년 엘리트 선수가 조기축구회와 동일 조건으로 선착순 대관 경쟁
요약: 한일 유소년 저변의 핵심 차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훈련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에 있습니다.

 

인프라가 먼저냐, 시스템이 먼저냐

제가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가장 반복적으로 겪었던 문제는 훈련 일정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대관 경쟁에서 밀리면 갑자기 훈련 장소가 바뀌고, 이동 시간이 생기고, 결국 실제로 공을 차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유소년기는 기초 운동 기술과 볼 터치 감각이 형성되는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입니다. 여기서 결정적 시기란 특정 능력이 가장 효율적으로 발달하는 연령대로, 이 시기를 놓치면 이후에 동일한 효과를 내기 위해 훨씬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는 개념입니다. 공을 차는 절대 시간이 부족하면 이 창이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K-축구 혁신위원회 박지성 공동위원장도 인프라 개선을 공개적으로 촉구했고,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혹서기 대회 일정 및 구장 배정 방식 개선을 약속했습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정부가 방향을 잡은 것은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현장에서 느낀 것은, 약속이 실제 운동장 배정 방식의 변화로 이어지기까지 체감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인프라만 해결되면 모든 것이 풀린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운동장이 생겨도 지도자 교육 수준이 따라가지 않으면 훈련의 질은 제자리입니다. 장기 선수 개발 모델(LTAD, Long-Term Athlete Development)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연령별로 적합한 훈련 방식과 경기 경험을 단계적으로 쌓아가는 장기 육성 체계를 의미합니다. 현재 한국은 중학교 1학년에게 공식 경기 자체가 거의 없는 구조인데, 이 시기에 경기 경험이 부족하면 이후 전술적 판단력 발달에도 영향을 줍니다. 인프라, 지도자 교육, 경기 경험, 부모의 인식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요약: 운동장 확보는 시작이지만 끝이 아닙니다. 지도자 교육, 경기 경험, 장기 육성 시스템이 함께 바뀌어야 인프라 개선이 실제 성과로 이어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한국 유소년 등록 선수가 8,000명밖에 안 된다는 게 사실인가요?

A. 2026년 8월 K-축구 혁신위원회 경청회에서 이영표 위원이 직접 언급한 수치입니다. 다만 이는 엘리트 등록 선수 기준이며, 일본의 50만 명은 동네 클럽 취미 참여자까지 포함한 수치라 단순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두 나라의 선수 등록 체계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Q. 일본은 운동장을 유소년한테 우선 배정해준다는 게 법으로 정해져 있나요?

A. 일본 전역이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다수의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평일 오후 공공 체육시설을 유소년 클럽에 우선 배정하는 방식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행정이 제도를 만들어 현장 지도자가 구장 확보 경쟁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입니다.

 

Q. 운동장만 늘리면 한국 축구 저변이 넓어지나요?

A. 인프라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지도자 교육, 연령별 경기 경험 설계, 장기 선수 개발 체계(LTAD), 부모의 인식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운동장이 실제로 아이들의 성장으로 연결됩니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습니다.

 

Q. K-축구 혁신위원회는 어떤 기구인가요?

A. 한국 축구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구성된 기구로, 박지성 공동위원장과 이영표 위원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장 지도자, 학부모, 정부 관계자가 함께 경청회를 열어 실제 현장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한일 유소년 축구의 격차는 선수 개인의 재능이나 지도자의 열정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것처럼, 아이들이 매일 안정적으로 공을 찰 수 있는 공간과 시스템이 갖춰져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입니다. 숫자를 단순 비교해 일본을 부러워하는 것보다, 우리 현실에서 무엇이 구체적으로 부족한지를 짚고 하나씩 바꿔나가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K-축구 혁신위원회와 문체부의 움직임이 실제 현장 변화로 이어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운동장 배정 방식이 바뀌고, 중학교 저학년 공식 경기 기회가 늘고, 지도자 교육 체계가 정비되는 흐름이 함께 만들어질 때, 그때 비로소 저변이 넓어진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chambers1218/2243850568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