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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유스 영건
K리그 유스 영건

 

솔직히 저는 한동안 유스 출신 선수를 볼 때 첫 시즌 골 수부터 먼저 찾았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선수들을 직접 지도해보니 그 숫자가 얼마나 단편적인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올 시즌 K리그 유스 출신 영건 5명의 기록을 들여다보면서, 제가 오랫동안 잘못 보고 있었던 부분이 무엇인지 함께 짚어보려 합니다.



유스 시스템, 프로의 발판이 되기까지

K리그 구단들이 유스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강화하기 시작한 건 2010년대 초반부터입니다. 여기서 유스 시스템이란 구단 직속 초·중·고 팀을 운영하며 선수를 어린 시절부터 구단 색깔에 맞게 키우는 구조를 말합니다. 단순히 좋은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게 아니라, 구단의 전술 철학을 어릴 때부터 체득시킨다는 점에서 유럽 명문 클럽의 아카데미 모델과 같은 개념입니다.

제가 유소년 현장에서 일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유스 출신 선수들이 프로에 올라갔을 때 전술 적응 속도가 일반 고교 리그 출신보다 눈에 띄게 빠르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미 구단 훈련 방식을 몸에 익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게 곧 즉시 전력을 의미하지는 않았습니다.

올 시즌 주목받는 영건 5명의 출신 배경을 보면 이 흐름이 잘 드러납니다. 김현오는 대전 시티즌 유스에서 준프로 계약을 거쳐 경남FC로 임대되었고, 손정범은 서울 이랜드 유스에서 포항 스틸러스로 이적했습니다. 모경빈은 수원 삼성 유스 출신 센터백이고, 이충현은 부천FC, 박시후는 충남아산 소속입니다. 구단마다 경로는 달랐지만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유스에서 쌓은 기반이 있었기에 프로 문턱을 넘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준프로 제도는 이 과정에서 완충재 역할을 합니다. 준프로란 정식 프로 계약이 아닌 유예 상태로, 선수가 프로 환경에 노출되면서 구단이 가능성을 최종 검증하는 단계입니다. 쉽게 말해 "아직은 확신이 없지만, 지켜보겠다"는 구단의 공식 선언에 가깝습니다. 김현오와 박시후가 이 경로를 거쳤다는 사실은, 두 선수 모두 처음부터 기정사실이 아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김현오 — 대전 유스 → 준프로 → 경남FC 임대 (187cm 스트라이커)
  • 손정범 — 서울 이랜드 유스 → 포항 스틸러스 (공격형 미드필더)
  • 모경빈 — 수원 삼성 유스 → 수원 삼성 (센터백, 바이에른 뮌헨 월드스쿼드 2년 연속)
  • 이충현 — 부천FC (고교 전국대회 9골 최다득점)
  • 박시후 — 충남아산 (준프로 → 정식 계약, 9경기 2골)
요약: 유스 시스템은 전술 적응 속도를 높여주지만, 프로 데뷔까지는 준프로 단계를 포함한 검증 과정이 반드시 따라온다.

 

숫자 뒤에 숨은 성장 지표 읽는 법

제가 예전에 저질렀던 실수가 바로 이것입니다. 어린 선수를 볼 때 득점 수치만 뽑아놓고 "이 애가 더 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장에서 몇 년을 보내고 나서야 그게 얼마나 좁은 시야였는지 알게 됐습니다.

14경기 1골. 김현오의 현재 기록입니다. 수치만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그 1골이 K리그1 최연소 득점 기록이었습니다. 이 기록이 의미 있는 건 골 자체보다 맥락입니다. 준프로 시절엔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187cm 신장과 제공권을 앞세워 90분을 뛰고 있습니다. 출전 시간이 쌓인다는 건 구단이 그 선수를 믿는다는 신호입니다.

반면 모경빈을 골로 평가하는 건 애초에 틀린 방향입니다. 수비수를 판단할 때 중요한 건 포지셔닝과 빌드업 참여율입니다. 여기서 포지셔닝이란 공을 받기 전에 미리 유리한 자리를 점하는 능력으로, 상대 공격수가 공을 받는 순간 이미 제압 위치에 있느냐를 따지는 개념입니다. 모경빈이 바이에른 뮌헨 월드스쿼드에 2년 연속으로 선발된 건 이 능력을 국제 무대 스카우트들이 인정했다는 뜻입니다. 한 번이면 운이라고 할 수 있지만, 두 번은 다릅니다.

손정범의 경우 공격형 미드필더 특성상 어시스트나 키패스(Key Pass) 수치가 더 유의미합니다. 키패스란 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슈팅 기회를 만들어내는 패스를 말하는데, 이 지표가 높을수록 팀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좁은 공간에서 돌아서는 동작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손정범에게 기대할 부분이 정확히 이쪽입니다.

K리그 공식 통계는 출처: 한국프로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선수별 출전 시간, 키패스, 공중볼 경합 성공률까지 제공되기 때문에 단순 득점 이상의 데이터를 직접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이충현과 박시후는 아직 표본이 적습니다. 이충현은 고교 전국대회 최다득점(9골)이라는 배경이 있고 저돌적인 침투 움직임이 강점이지만, 고교 수준의 골과 프로 수준의 골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지도했던 선수 중에도 고교 무대에서 압도적이었다가 프로에서 기대 이하였던 경우를 여럿 봤습니다. 박시후는 9경기 2골로 표본은 작지만, 경기 운영이 침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침착함은 골보다 훨씬 늦게 드러나고, 훨씬 오래 가는 자질이기 때문입니다.

요약: 영건의 성장 지표는 골 수만이 아니라 출전 시간의 추이, 포지셔닝, 키패스 등 포지션별 고유 수치로 읽어야 정확하다.

 

올 시즌 이후, 누가 살아남을까

현장에서 선수를 지도하면서 제가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 이것입니다. "지금 잘하는 선수를 만드는 것보다 나중에도 성장하는 선수를 만드는 게 훨씬 어렵다." 프로 첫 시즌이 화려했지만 두 번째 시즌부터 사라진 선수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지금 수치만 놓고 보면 김현오가 가장 눈에 띕니다. K리그1 최연소 득점이라는 기록은 앞으로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런 기록을 가진 선수들에게 가장 위험한 시기가 바로 그 직후입니다.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 상대팀이 대비하고, 선수 본인도 모르게 부담이 쌓입니다. 187cm 신장과 스피드 조합이 장점이지만, 상대 센터백이 몸으로 밀착 수비를 걸어올 때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내년 기용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경빈은 포지션 특성상 숫자로 잡히지 않는 영역에서 이미 검증을 받고 있습니다. 수비 라인 빌드업 능력, 즉 수비수가 공을 받아 전방으로 연결하는 능력을 뮌헨 스카우팅 관계자들이 두 번이나 확인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국내 유망주를 넘어선 평가입니다. 대한축구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유스 센터백의 해외 스카우팅 기회는 연간 개최되는 국제 클럽 대회를 통해 주로 발생하는데(출처: 대한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모경빈의 사례는 국내 유스 수비수로서 이례적인 케이스입니다.

제 기준에서 올 시즌 이후를 가장 낙관적으로 보는 선수는 손정범입니다. 포항이라는 팀 환경 자체가 젊은 공격형 미드필더가 빠르게 주전 경쟁을 할 수 있는 구조이고, 형 손승범과의 맞대결 가능성은 부담이 아닌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제 판단이고, 결과는 라운드마다 쌓이는 수치가 말해줄 것입니다.

살아남는 선수를 가르는 기준은 결국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 시즌이 진행될수록 출전 시간이 줄지 않고 유지되거나 늘어나는가
  •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는가 — 이건 코치보다 선수 본인이 더 잘 압니다
  • 교체로 투입됐을 때도 경기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

이 세 가지를 충족하는 선수가 내년 시즌에도 명단에 남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봤을 때 이 기준을 통과한 선수는 첫 시즌 골이 많든 적든 결국 자기 자리를 찾아냈습니다.

요약: 첫 시즌 기록보다 출전 시간의 지속성과 실수 수정 속도가 다음 시즌 생존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자주 묻는 질문

Q. 김현오 K리그1 최연소 득점이 왜 대단한 건가요?

A. 단순히 나이가 어리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K리그1은 경험 많은 외국인 선수와 베테랑이 포진한 리그입니다. 그 무대에서 준프로 출신 신인이 정식 득점을 올렸다는 건, 구단이 실제 경기에서 그 선수를 믿고 기용했다는 증거입니다. 기록 자체보다 기회를 받았다는 맥락이 더 중요합니다.

 

Q. 준프로 제도가 선수에게 유리한 건가요, 불리한 건가요?

A. 양면이 있습니다. 준프로 계약은 정식 프로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신분이 불안정하고 처우도 낮습니다. 그러나 구단 훈련 시스템 안에 남아 프로 환경을 미리 경험한다는 점에서는 유리합니다. 핵심은 준프로 기간이 얼마나 실질적인 출전 기회로 이어지느냐입니다. 벤치에서 끝나는 준프로는 사실상 시간 낭비에 가깝습니다.

 

Q. 모경빈이 바이에른 뮌헨 월드스쿼드에 뽑혔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A. 바이에른 뮌헨이 주관하는 글로벌 유소년 스카우팅 프로그램에 2년 연속 선발됐다는 의미입니다. 국내 수비수가 이 프로그램에 연속 선발되는 경우는 드문데, 이는 득점이나 어시스트로 측정되지 않는 포지셔닝과 빌드업 능력을 국제 기준에서 인정받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Q. 유스 출신 선수가 즉시 전력이 되기 어려운 이유가 뭔가요?

A. 훈련장에서 잘하는 것과 프로 경기에서 상대의 압박을 받으며 0.5초 안에 판단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능력입니다. 유스 시절엔 또래끼리 경쟁하지만, 프로 무대에선 경험 5년 이상의 수비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술 이해도는 빠르게 쌓이지만 신체 접촉과 압박 상황에서의 판단 속도는 실전 경기를 반복해야만 성장합니다.

 

결론

올 시즌 K리그 유스 영건 5명을 보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지금 가장 눈에 띄는 건 김현오의 최연소 득점 기록이지만, 올 시즌 전망을 가장 넓게 열어둬야 할 선수는 모경빈과 손정범입니다. 수비수와 공격형 미드필더는 골로 평가받는 포지션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축적되는 지표가 다릅니다.

유소년 지도를 하면서 제가 가장 많이 반성했던 부분이 바로 "지금 잘하는 선수"를 만드는 것에 집중했던 시절입니다. 지금은 다음 단계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 다섯 명의 선수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경험을 쌓고 있는지를 라운드마다 확인하면서, 기록 이면의 흐름을 함께 지켜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rlfgkals342/224404207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