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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폭언에 고통받는 유소년 선수들
지도자 폭언에 고통받는 유소년 선수들

 

지도자가 선수를 강하게 몰아붙이는 것이 곧 좋은 훈련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도 한때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유소년 선수들을 직접 지도하면서 분명하게 느낀 것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지도자의 말은 단순한 피드백이 아니라, 자신이 축구를 계속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결정짓는 무게로 남는다는 것입니다.



사건 배경 — 반복되는 유소년 현장의 논란

최근 유소년 축구 지도자의 언행이 또 한 번 논란이 됐습니다. 훈련 중 지도자가 선수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유소년 스포츠 현장의 지도 방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물론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지도자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런 논란이 반복되는 것 자체가 의미하는 바가 있습니다. 유소년 지도 현장에서 지도자의 언어와 행동을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도자 자격 연수 과정에 스포츠 인권 교육을 포함하고 있으며, 폭력적 언행에 대한 신고 절차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축구협회).

여기서 '언어 폭력(verbal abuse)'이란 신체적 접촉 없이 말을 통해 상대방에게 심리적 피해를 주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때리지 않아도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유소년 스포츠에서는 특히 이 부분이 간과되기 쉽습니다.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다"라는 말 뒤에 언어 폭력이 숨어 있는 경우를 저도 현장에서 몇 번 목격했습니다.

  • 지도자의 자격 연수에 스포츠 인권 교육이 포함되어 있지만 현장 적용까지는 간극이 존재합니다
  • 언어 폭력은 신체 폭력보다 외부에서 인지하기 어려워 더 오래, 더 깊게 방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 논란이 반복된다는 것은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일 수 있다는 신호입니다
요약: 유소년 지도자 언행 논란은 반복되고 있으며, 이는 개인 문제를 넘어 현장 전체의 지도 문화를 돌아봐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언어 폭력 — 혼내는 것과 무너뜨리는 것의 차이

제가 직접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해보니, 같은 말 한마디가 선수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작용한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훈련 중 반복적인 실수에 강하게 이야기했던 날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선수의 집중력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이었지만, 그 선수는 이후 며칠 동안 훈련에서 공을 잡는 것 자체를 피하려 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강하게 지도하는 것'과 '선수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것'은 다르다는 걸 몸으로 알게 됐습니다.

스포츠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의 문제로 설명합니다. 자기효능감이란 특정 과제를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내적 믿음을 의미합니다. 어린 선수일수록 이 믿음은 주변 어른의 말 한마디에 쉽게 흔들립니다. 부정적인 언어 자극이 반복되면 선수는 실수를 두려워하고, 도전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행동이 바뀌게 됩니다(출처: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물론 지도하다 보면 화가 날 수도 있고, 선수에게 분명하게 지적해야 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경기에서 반복적으로 같은 실수를 하거나 팀의 전술적 약속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는 명확한 피드백이 필요합니다. 지도자가 아이에게 절대 화를 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보다 '무엇을 위한 지적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생 선수라면 잘못된 플레이를 지적할 때도 "왜 그랬어?"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는 이렇게 해보자"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행동을 수정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 말은 선수가 다음 훈련에 다시 나오고 싶게 만드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요약: 강한 지도와 언어 폭력은 다릅니다. 어린 선수의 자기효능감을 지키는 피드백이 결과적으로 더 효과적인 지도입니다.

 

지도 방향 — 아이가 다시 운동장에 나오게 만드는 말

유소년 지도자의 역할에 대해 두 가지 시각이 있습니다. 선수의 기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지도자의 본분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아이가 스포츠를 통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우선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이 두 가지가 충돌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후자가 전자를 만들어낸다고 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지도자가 경기에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면 선수도 감정 조절을 배우기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지도자의 말을 듣는 것만큼이나 지도자의 행동을 그대로 모방합니다. 이를 스포츠 교육에서는 '모델링(modeling)' 효과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지도자가 실수한 선수에게 폭발적으로 반응하면 선수도 동료의 실수에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강하게 훈련시키는 것이 선수를 더 빠르게 성장시킨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 확보된 환경, 즉 실수해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는 환경에서 선수들이 더 과감하게 도전하고 더 빠르게 기량이 늘었습니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자신의 실수나 시도가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의미합니다.

좋은 유소년 지도자는 선수를 혼내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혼내야 할 순간에도 아이의 성장을 생각하며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경기 결과는 그 다음입니다. 아이가 내일도 운동장에 나오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만드는 것, 그것이 유소년 지도의 출발점입니다.

요약: 심리적 안전감이 확보된 환경에서 선수는 더 과감하게 도전합니다. 지도자의 언어는 당장의 기량보다 선수의 지속 의지를 만듭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유소년 지도자가 선수에게 강하게 말하는 게 무조건 나쁜 건가요?

A. 강하게 지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도자도 사람인지라 경기나 훈련 중 강한 어조로 이야기해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다만 '무엇을 잘못했는지'와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함께 전달하는 방식인지가 중요합니다. 선수의 행동을 수정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 방식은 선수가 다시 도전하고 싶게 만드는 방향이어야 합니다.

 

Q. 유소년 선수가 지도자의 말에 상처받은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아이가 훈련 참여를 거부하거나 실수를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자기효능감이 낮아진 신호일 수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의 말을 충분히 듣고, 필요하다면 지도자와 직접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지속적인 문제가 있다면 대한축구협회의 스포츠 인권 신고 채널을 통해 공식 절차를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Q. 유소년 축구 지도자 자격을 취득할 때 인권 교육도 받나요?

A. 대한축구협회(KFA) 지도자 자격 연수 과정에는 스포츠 인권 교육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연수에서 배운 내용이 실제 훈련 현장에서 일관되게 적용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지도자 개인의 의지와 현장 문화, 주변의 지속적인 점검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Q. 아이가 축구를 갑자기 그만두고 싶다고 하는데 지도자 때문일 수 있을까요?

A. 반드시 그렇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번아웃, 체력 문제, 또래 관계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아이가 "혼날까 봐 무서워서"라거나 "나는 못하는 것 같아서"라는 말을 한다면, 지도자와의 관계를 포함해 전반적인 훈련 환경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의 말을 판단하지 않고 먼저 충분히 듣는 것이 시작입니다.

 

결론

유소년 축구에서 지도자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당장의 경기 결과만이 아닙니다. 저는 아이가 축구를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실수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을 키워주는 것이 지도자의 진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논란이 어떻게 마무리되든, 이를 계기로 유소년 현장의 지도자 언어와 태도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지길 바랍니다. 지도자 혼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구단과 협회, 학부모 모두가 유소년 선수의 심리적 안전감을 함께 지켜주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참고: https://www.deadmoney.co.kr/news/article.html?no=23144